
한동안 바이브 코딩 판에서 커서 대신 안티그래비티로 갈아타야 하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심지어 많이들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여전히 커서를 결제해서 잘 쓰고 있지만 구글에서 작정하고 내놨다는 소리에 궁금해서 한번 찍먹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지성으로 갈아타기보다는 내 상황에 맞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직접 써보고 느낀 점을 기록해 둔다.
1. 접근 방식의 차이
가장 큰 차이는 코딩을 대하는 태도다. 커서는 부조종사 느낌이라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 옆에서 탭 키를 눌러달라고 조르며 코드를 도와주는 방식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코드를 짜면서 디테일하게 수정하거나 원하는 로직을 정확하게 구현할 때는 커서가 편하다. 반면에 안티그래비티는 관리자 느낌이 강하다. 내가 직접 코드를 건드리기보다 에이전트에게 로그인 페이지를 만들어달라고 시키면 알아서 파일을 만들고 계획을 짜서 결과물을 가져온다. 말 그대로 손 안 대고 코딩하는 바이브 코딩에 더 최적화된 형태다.
2. 비용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커서는 매달 20달러를 내야 하는데 밥값 두 번 아끼면 된다고 쳐도 매달 나가는 고정비라 은근히 신경 쓰인다. 제대로 뭔가 만들어보겠다 결심한 상태가 아니라면 돈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티그래비티는 현재 프리뷰 기간이라 무료다. 심지어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 프로를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다.
3. 그래서 뭐가 더 좋은가
직접 프로젝트 하나를 굴려보며 비교해 보니 안티그래비티가 편리한 부분들이 있었다. 프로젝트 초기 세팅을 할 때 인스타그램 예약 발행 기능을 만들 건데 구조를 잡아달라고 하면 폴더 구조부터 데이터베이스 스키마까지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커서보다 훨씬 넓은 시야로 판을 짜주는 느낌이다. 관리자 페이지 UI 만들기 같은 귀찮은 단순 반복 노동도 맡겨두면 알아서 처리하니 편하다.
하지만 디테일한 수정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커서가 낫다. 안티그래비티는 가끔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버튼 위치를 조금 옮기거나 특정 로직을 수정하려고 말로 설명하다 보면 복장이 터진다. 차라리 커서를 켜서 내가 직접 수정하는 게 빠르다. 기존에 이미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안티그래비티를 붙이는 것도 맥락 파악에 시간이 걸려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어떤 프로젝트는 안티그래비티가 결국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서 다시 처음부터 커서로 만든 경우도 있다.
4. 결론
갈아타는 게 아니라 둘 다 쓰는 게 맞다. 나는 한동안 안티그래비티로 새 기능의 초안을 잡고 전체적인 모양을 만든 다음 커서로 불러와서 디테일을 다듬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었다. 지금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형태(제미나이 + 커서)로 정착했지만 처음이라면 모두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일단 당분간은 구글이 무료로 풀고 있으니 안티그래비티를 적극적으로 써먹자. 나중에 유료화되면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스레드나 인스타에서 안티그래비티 마스터 클래스라며 강의 파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한번 더 말하지만 제발 속지 말자. 그냥 설치해서 한국어로 원하는 걸 해달라고 입력하면 끝이다. 누군가를 위해 정보를 알려주는 척하면서 비싼 강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돈 쓰지 말고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는 게 낫다. 그리고 그냥 내 블로그 구독해ㅎㅎ 다음 글에서는 실전으로 웹앱을 만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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